김검사의 하루

한국에서 살다가 캐나다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한국에서는 잔디를 깎아 본 일이 별로 없었다. 그저 군대에서 예초기라고 부르는 것을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잔디를 깎아 본 것이 전부였다. 이 또한 여름에는 풀만 깎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정병이었던 나는 짬을 먹고 나서야 운동할 겸 몇 번 해본 것이 전부였다. 아무튼 그래서 내 머릿속에는 '잔디를 기계로 깎는다 = 예초기'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리자이나에서 처음 집을 장만하였을 때 드디어 잔디를 스스로 깎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타운하우스에서 렌트를 해서 살았기 때문에 직접 깎을 일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알고 지내던 캐나다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가 잔디 깎는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뒷마당이 그리 넓지도 않으니 '줄이 빙글빙글 돌면서 자르는 것(당시에는 String Trimmer라는 용어를 몰랐다)'을 살까 생각 중이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정신 나간 소리 정도로 생각했는데 여기서 살다 보니 정신 나간 소리가 맞았다.

 

우리 나라 군대에서는 이 녀석으로 동산을 깎았다(혹은 '깎는다'). 미친짓이다.

 

알고 보니 이 String Trimmer는 Mower를 돌리고 나서 Mower로 깎을 수 없는 곳, 예를 들면 잔디와 펜스의 경계 등만 쳐내는 기계였다. 그런데 한국 군대에서는 이 녀석으로 산 하나를 깎았으니 돌이켜 보면 미친 짓이 아닌가 싶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이 녀석으로 잔디를 깎고 있다면 국방 예산을 늘려서라도 불쌍한 군인들을 위해 전부대에 Mower 한 대씩 보급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Mower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던 나는 그저 동네에 들어오는 광고 전단지에서 세일 중인 Mower를 발견하여 구입을 하였다. 무척이나 가격이 쌌는데 전기 코드를 꼽아서 쓰는 녀석이었다. 이 녀석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 코드를 꼽아야 하므로 30m짜리 전선을 구입해야 했다. 전선 가격이 Mower 가격의 1/3 정도였다. 

 

내 인생의 첫 Mower. Kobalt KM210

 

앞서 말했듯이 내 첫 집의 뒷마당은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다. 앞마당 한 번 깎고 전선을 뒷마당으로 한 번 옮겨야 했지만 그 정도는 그냥 할 만했다. 그러다가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갑작스럽게 킹스턴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한 푼이 아쉬웠던 나는 코스트코에서 샀던 30m 전선은 반납했고, 반납이 불가능했던 이 Mower는 이삿짐으로 보냈다.

 

 

내 인생의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보다 앞마당과 뒷마당이 훨씬 컸다. 뒷마당은 정말 거대했다. 30m 전선을 이용해서 겨우 깎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것을 고려해 보면 뒷마당의 길이가 약 30m에 폭은 10m 정도였다. 이렇게 넓은 잔디를 깎으려니 이 Mower는 인생의 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잔디는 더럽게도 빨리 자라서 매주 한 번씩은 깎아야 하는데 깎을 때마다 엄청난 숙제를 해야 하는 기분이었다. 전선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깎아야 해서 중간중간 멈추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렸다. 게다가 전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잔디를 깎다가 전선을 깎아 버리는 일도 곧잘 발생한다. 나는 세 번 정도 깎아 먹었는데 다행히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아서 전기 테이프를 붙여서 사용했다. 전선을 깎는 일은 꽤나 빈번히 발생하는지 옆집의 할아버지도 자기도 몇 번 깎아 먹었다고 하였다.

 

정말 당장에 새로운 Mower를 사고 싶었지만, 첫째로 이 녀석을 산지 겨우 1~2년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돈이 아까웠고, 둘째로 혹시 2~3년 후 이사를 가게 될 곳의 뒷마당이 작을 수도 있으니 일단은 계속 쓰기로 하였다.

 

그러다가 2018년 드디어 한동안은 마지막이라고 믿고 싶을 이사를 하여 지금의 집에 안착하였다. 놀랍게도 지금 집의 뒷마당은 예전 집의 뒷마당보다도 더 거대하다. 현재의 집은 Cul-de-sac이라고 불리는 막다른 길에 위치하고 있어서 뒷마당이 부채꼴 모양이라 직사각형이었던 예전 집 뒷마당에 비해서 잔디 깎기의 난이도도 더 높다. 나도 길이가 궁금해서 나가서 줄자로 재어보니 끝의 길이가 35m에 달했다.

 

 

뒷마당은 넓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새로운 Mower를 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전기 Mower를 계속 사용하였다. 첫 번째 여름이 채 끝나기 전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것으로 계속 잔디를 깎다가는 제명을 다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였다. 안에서 아이를 보고 있던 와이프도 내 입모양만 보고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리튬이온 전지로 돌아가는 코드리스(Cordless) Mower를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침 로우스(Lowe's)에 갔다가 세일을 크게 하는 녀석을 발견해서 고민을 하다가 일단 사놓고 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코드리스 Mower의 경우 Kobalt 제품의 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Mower는 절대 실패가 없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반납을 하고 다른 것을 구입하로 마음을 먹었다.

 

이런저런 검색 끝에 발견한 것이 바로 홈디포(Home Depot)에서 판매하는 료비(Ryobi) Mower였다. 리튬이온 전지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용량(Ah)이다. 잔디를 깎는 중간에 전지가 다 닳아버리면 다시 충전하는 데까지 시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용량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샀던 Kobalt 제품의 경우 전지가 2개나 들어있다고 쓰여있었지만 용량을 보면 료비 제품의 하나 보다 못하였다(료비는 5Ah, Kobalt는 2Ah 2개). 

 

검색을 해본 결과 보통 400불에 판매하는 료비 Mower가 가끔 100불 정도 할인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봄에 세일을 하는데 일단 내년 봄(2019년)까지 기다려보자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 번은 홈디포에 다른 것을 사러 갔다가 마침 반납된 제품을 50불 싸게 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일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되었다 싶어서 당장에 구입을 하였다. 이제는 와이프가 집안에서 보아도 잔디를 깎으면서 웃고 있는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료비 제품들은 정말 질이 좋다. 이 Mower 이후에 구입하는 전동 기구들은 모두 료비 제품들만 사용하고 있다. 홈디포가 로우스나 로나(Rona) 매장보다 면적 당 매출액이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두번째 Mower. 

 

그럼 여기서 몇 가지 Mower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Gasoline Lawn Mower

Mower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힘이 좋고 사용 시간이 길다(기름만 채워준다면). 대신 주유소에 가서 말통에 기름도 받아와야 하고 필터나 오일도 갈아주어야 한다. Gas Mower를 쓰는 사람들은 이것이 최고라고 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써보지 않아서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아무래도 뒷마당이 넓고 경사가 있는 곳에서 사용하기 좋을 듯하다.

 

2. Cordless Lawn Mower

나는 이것의 팬이다. 리튬이온 전지를 이용하여 전선이나 연료가 필요 없다. Gas Mower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상대적인 힘의 차이는 모르겠는데 파워나 성능면에서 특별히 문제 될 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배터리 용량이 적으면 잔디를 깎다가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나의 경우 5Ah 짜리 전지를 사용하는데 배터리가 거의 바닥날 때쯤 일이 끝나거나 잔디가 긴 경우는 다 못 깎는 경우가 있다(잔디가 길면 배터리 소모가 커짐, 올해는 잔디가 빨리 자라서 그런지 절반 정도 깎으면 배터리가 방전되고 있다!). 또 하나의 단점으로는 언젠가는 결국 배터리를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배터리 가격이 엄청나다. 료비 40V 5Ah의 경우 현재 200불로 검색이 된다. 배터리가 다 될 쯤에 세일하는 Mower를 새로 사거나 배터리를 세일할 때 미리 사놓는 것이 좋을 듯하다.

 

3. Electric Lawn Mower

유일한 장점이라고 한다면 저렴한 가격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옛날) 옆집 할아버지 말을 들어보면 처음 나왔을 때는 꽤나 혁신적인 제품이었나 보다. 기름을 사다가 넣을 필요도 없고 오일도 갈아 줄 필요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뒷마당이 그리 크지 않은 경우에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4. Reel Mower

어느 날 (옛날) 옆집 할아버지가 처음 보는 물건을 가지고 간단히 앞마당 잔디를 깎는 것을 보았다. 유심히 살펴보니 금속이 돌아가면서 잔디를 깎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Reel Mower라는 것이었다. 잔디를 깎기 위해서 매번 전선과 씨름을 하던 나로서는 아주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었다. 간편하고 전기도 필요 없고 가솔린도 필요 없으니 말이다. 시간 날 때마다 운동 삼아 이것을 들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면 잔디도 깎고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한 번은 할아버지에게 이것을 빌려다가 잔디를 깎아 보았다. 편한 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조금 있었다. 우선 다른 Mower들과는 다르게 뒤로 갈 때는 잔디가 깎이지 않아서 불편했다. 그리고 잡초가 많을 경우 잘 잘리지 않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것의 장점으로는 골프장이나 프로 수준으로 잔디를 깎을 수 있다고 한다. 기계의 원리 상 Clean Cut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단점으로는 두꺼운 잡초는 자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터가 달린 Reel Mower도 있는데 프로들이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Reel Mower

 

 

5. Push Lawn Mower vs Self Propelled Lawn Mower

Push Lawn Mower는 말 그대로 사람이 Mower를 밀면서 잔디를 깎는 것이다. Self Propelled Mower는 그냥 Mower를 잡고 있으면 이것이 알아서 앞으로 나간다. 운동 삼아 잔디를 깎을 때는 Push Mower도 문제가 없을 듯 하지만 언덕이 있거나 여자들에게는 Self Propelled Mower가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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