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 아래의 이야기는 캐나다 시장을 기준으로 적은 내용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ETF 포트폴리오는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방식의 인덱스 펀드 및 ETF 투자법은 무엇보다도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 금액을 계속 납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주식과 안전 자산(채권, GIC 등)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주식 시장이 오르든지 내리든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고 그저 때가 되면 정해진 비율에 맞추어 꾸준하게 인덱스 펀드나 ETF를 사야 한다. 극단적으로는 모든 것을 자동이체로 해 놓고(인덱스 펀드의 경우만 해당) 1년에 한 번 계좌를 열어서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할 정도이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며 국내에서도 '넛지'라는 책으로 유명한 리차드 탈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Rip Van Winkle would be the ideal investor. He'd invest before his nap, and when he woke up twenty years later, he'd be happy. 

(사냥을 하러 갔다가 잠들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20년이 지나있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Rip Van Winkle이 이상적인 투자자일 것이다. 그가 잠들기 전에 투자를 했는데 20년 후에 일어나 보니 매우 행복했다.

 

 

어쨌든 나도 이와 같이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만들어 놓은 ETF 포트폴리오를 따라 꾸준하게 투자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되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포트폴리오도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투자를 하고 있는 계좌는 TFSA, RRSP, RESP 3개인데 여기에 각각 3가지의 ETF만 추가로 매수를 한다고 하여도 벌써 9번의 매수를 해야 한다. 게다가 때때로 ETF 끼리의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Re-balancing) 아무리 단순한 포트폴리오라도 관리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주식 투자의 90%는 감정이고 10%는 이성이라고 한다. 내가 아무리 사고자 하는 ETF만 사고 나오려고 해도 그 날의 주식 시장에 따라서 '하루만 있다 살까', '어제 샀어야 했나'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심각하게 이 따위 ETF는 다 때려치우고 TD에서 나오는 e-Series 펀드를 사는 것은 어떨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TD e-Series 펀드 또한 canadiancouchpotato.com에서 소개된 모델 포트폴리오 중의 하나인데 뮤추얼 펀드이지만 수수료가 0.3% ~ 0.5%로 저렴하다. 뮤추얼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자동이체만 해 놓으면 ETF와 달리 일일이 매수, 매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ETF는 한 주(株) 단위로 매수를 해야 해서 언제나 잔돈이 남게 되지만 뮤추얼 펀드는 10불을 이체하든 100불을 이체하든 (아마 최소 이체 가능 금액이 있기는 할 것이다) 그 금액에 맞추어 매수가 되니 편리하다. 하지만 TD e-Series는 TD 은행의 계좌가 있어야지만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은 조금 더 생각을 해 보기로 하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미국이 인덱스 펀드를 투자하기에는 참 좋다. 미국에서는 Vanguard가 뮤추얼 펀드들도 판매하고 있는데 캐나다에서는 ETF로만 살 수 있는 펀드들을 뮤추얼 펀드로도 구입할 수 있다. 이 Vanguard의 펀드들은 앞서 언급한 TD e-Seires 펀드의 절반 이하의 수수료(보통 0.04% ~ 0.3%)로 구입할 수가 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하게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매달 일정 금액을 이체하여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내가 미국에 살고 있었다면 큰 고민 없이 Vangaurd에 계좌를 개설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중 그 동안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Asset Allocation ETF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것은 지난 2018년 2월 Vangaurd Canada에서 처음 도입한 것으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ETF를 사면 알아서 아래의 표에서 정해진 비율만큼의 ETF를 사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예를 들어 Vanguard Balacned Portfolio ETF (Ticker: VBAL.TO)를 사면 채권 40%, 주식 60% (캐나다 18%, 미국 23.3%, 선진국 14.2%, 신흥국 4.5%)에 알아서 분산 투자를 하게 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작년 Vangaurd Canada에서 처음 이 ETF를 출시하였을 때 'Game Changer'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나도 직접 해보기 전까지 이 Asset Allocation ETF의 장점을 잘 알지 못했는데 직접 ETF를 매수해보니 정말 이것이야말로 ETF계의 'Game Changer'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비록 앞서 언급한 뮤추얼 펀드의 편리함까지는 따라갈 수 없지만 그래도 이것이 현재까지 캐나다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도 기존의 포트폴리오는 집어치우고 이 Asset Allocation ETF로 갈아타기로 마음먹었다. 

 

Vangaurd Canada에서 출시한 이 ETF의 성공으로 2019년 6월 현재 캐나다 3대 ETF Provider들(Vanguard, iShares, BMO)이 모두 유사한 ETF를 출시하였다. 매우 비슷한 구성에 매우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0.2% ~ 0.25%)를 받고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 최종적으로 BMO에서 출시된 BMO Balanced ETF를 선택하였다. 사소하지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미국 시장의 경우 Vangaurd는 US Total Market Index ETF(모든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BMO는 S&P 500 Index에 투자를 한다. 사람에 따라 Total Market Index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나는 내가 처음에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된 S&P 500 Index를 선호한다.
  • 예전에 쓴 Withholding Tax를 고려한 RRSP, TFSA, RESP 계좌의 ETF 선택이라는 글에서 언급했듯이 Withholding Tax를 고려하면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하는 ETF가 가장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공부한 것이 아까웠는데 마침 BMO Balanced ETF 그러한 ETF를 포함하고 있다.
  • 끝으로 상기 차이를 가지면서 BMO의 수수료(0.2%)가 Vangaurd(0.25%) 보다 저렴하다.

 

나의 ETF 포트폴리오의 변화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서 우선 캐나다 주식 ETF와 미국 주식 ETF는 그냥 가지고 있기로 결정하였다. Balanced ETF가 주식 시장에 60%를 투자하기 때문에 조금 주식 시장의 비율이 높아져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일부는 세금을 고려하여 TFSA 계좌에서 RRSP 계좌로 옮겼다. 사실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미국 달러화는 모두 RRSP에 넣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끝으로 이외의 ETF들을 모두 매도하기로 하였다. 매도 과정에서 건당 5불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냥 가지고 있을까 많이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냥 과감히 팔고 최대한 단순하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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