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비록 토론토에서 2시간 30분 정도에 떨어진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오늘 하루 종일 뉴스에서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 퍼레이드가 방송되었다. 방송에서는 거의 200만 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열기가 아닐 수 없다.

 

토론토 랩터스 우승 축하 퍼레이드 - CBC 뉴스 화면 캡쳐

 

토론토 랩터스 우승 축하 퍼레이드 - CBC 뉴스 화면 캡쳐. 그래, 이런 날은 학교에 안가도 된다.

 

랩터스의 슈퍼팬으로 알려진 Nav Bhatia. 랩터스 홈 경기 중계를 보면 항상 보이는 아저씨이다. 지난 21년간 단 한 번도 경기 관람을 놓친 적이 없다고 한다.

 

많이 알고 계시듯이 토론토 랩터스는 1995년에 창단되어 이번에 처음으로 NBA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는 미국 외부의 팀이 NBA에서 우승한 첫 사례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NBA에서 미국 외부에 위치해 있는 팀은 현재 랩터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NBA의 확장으로 토론토 랩터스와 밴쿠버 그리즐리가 창단되었으나 2001년 경영상의 이유로 밴쿠버 그리즐리는 미국 테네시주의 멤피스로 이전을 하였다.

 

최근 랩터스가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2라운드를 통과하고 지구 결승을 통과하자 온 캐나다가 아주 시끌시끌하였다. 평소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랩터스가 NBA 파이널에 진출하자 엄청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TV나 라디오에서 'Jump on the bandwagon'라는 말이 무척이나 자주 들렸다. '시류에 편승하다' 정도로 해석되는 말로 예전에 와이프가 영어 공부를 하면서 나에게 알려준 말인데 이번에 아주 아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나도 기본적으로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매년 랩터스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때나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스포츠는 좋아하기 때문에 야구나 하키, 농구는 물론이고 미식축구도 곧잘 보고는 한다. 특히나 내가 살고 있거나 살았던 곳 주변에 있는 팀들의 경기 보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거나 살았던 곳의 팀 경기를 보고 즐기는 것이 큰 문화이다. 그래서 시즌 중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팀의 모자나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아주 자주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특히나 사스카추완 사람들의 사스카추완 러프라이더스 (Saskatchewan Roughriders) 사랑이 대단했다(참고: 리자이나: 지역 소개 - Saskatchewan Roughriders).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팀의 촌스런 저지를 입고 나타났는데 심지어 내가 지금 사는 킹스턴에서도 종종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그중에는 우리 아들도 포함, 물론 누나가 입던 옷을 아무 생각 없이 물려 입는 것이지만). 

 

이 사람들이 이렇게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겠다. 우선 여기는 땅도 넓고 동네마다 지역색이 강해서 우리 나라가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하듯 자신의 팀들을 응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나라처럼 재미있는 것이 많이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것에서 큰 재미를 느끼는 것도 같다.

 

그러다가 본인들의 도시 팀이 우승이라도 하면 위의 사진처럼 난리가 나기 마련이다. 이것은 일단 북미의 프로 스포츠 리그에서 우승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토론토 랩터스도 창단 24년 만에 처음 우승을 했는데 언제 다시 우승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범위를 넓혀서 MLB나 NHL을 보더라도 캐나다 팀이 우승을 한 것은 지난 1993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몬트리얼 캐네디언스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살아생전에 이러한 이벤트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108년 만에 2016년 MLB에서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평생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을 하는 것을 못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즐길 수 있을 때 한껏 즐기는 것 같다. 

 

어쨌든 'Bandwagon'인 나도 언제 다시 한번 캐나다 팀이 우승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때를 즐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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