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던 것이 2014년 10월이었기 때문에 2015년 초에 2014년에 대한 세금 신고를 해야 했다. 물론 당시에는 캐나다에서 소득이 전혀 없었고 겨우 3개월 남짓한 기간을 대상으로 신고해야 했기 때문에 StudioTax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그 이후에는 캐나다 내에서 소득도 생기고, 해외(한국) 자산에도 변동이 생기고, 직장 때문에 이사도 몇 번 해야 했기 때문에 유료 프로그램인 TurboTax를 사용했다. 

 

몇 년간 세금 신고를 하다 보니 TurboTax는 코스트코에서 사는 것이 제일 저렴했다(다른 곳은 약 35불, 코스트코에서는 약 30불). 게다가 코스트코에서는 매년 할인(3불)을 할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를 기다렸다가 프로그램을 구입한 후 세금 신고를 했었다. 그래서 올해도 연초부터 매일 코스트코 온라인에 접속하여 언제 할인을 하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올해는 좀처럼 할인을 하지 않았다. 나는 매년 T1213 Form을 제출해 왔기 때문에 세금 신고 후 세금을 돌려받지 않고 뱉어내야 하기 때문에 급할 것은 없었다. 그래서 우선은 끝까지 기다려 보자고 생각했다. 

 

캐나다 세금 신고 기한은 4월 말일이기 때문에 4월이 되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겠다 싶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제 돈을 주고 TurboTax를 구입할까 했지만 작년 세금 신고 생각을 하면 그것을 사는 것도 아까웠다. 왜냐하면 캐나다 생활 초반과 달리 이제는 세금 신고할 것이 매우 단순해져서 회사에서 받은 소득(T4), 기부금 영수증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신고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입을 하기 전에 오랜만에 무료 세금 신고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StudioTax는 더 이상 무료가 아니라 15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TurboTax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지만 그래도 유료라서 넘어갔다. 그다음에 눈에 띈 것이 SimpleTax라는 프로그램이었다. StuioTax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SimpleTax는 최근 온라인 증권 회사인 Wealthsimple에서 인수하여 Wealthsimple Tax 정도로 불리고 있다. Wealthsimple을 이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우선 이것을 이용해서 세금 신고서를 작성해 보고 크게 문제가 없으면 이것을 통해 세금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Wealthsimplve vs TurboTax

 

 

Wealthsimple Tax에 접속해서 아이디를 만들면 바로 세금 신고를 할 수 있었다. TurboTax와 비슷하게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이런저런 세금 관련 질문에 답을 하면 자신에게 해당되는 내역들만 작성을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캐나다도 많이 좋아져서 몇 년 전부터 CRA에서 T4, T5와 같은 Tax Slip들을 자동으로 불러올 수 있는데 Wealthsimple도 똑같이 불러오는 기능이 있어서 숫자를 일일이 집어넣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 저장했던 것이 한 번 날아가기도 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나와 와이프의 세금 보고는 정말 단순하니 뭐 Wealthsimple 정도만 사용하여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삼일 정도를 검토한 후 결국 CRA로 세금 신고를 전송하였다. 

 

참고로 세금 신고를 전송하고 나면 기부를 해달라는 팝업창이 뜬다. 물론 나는 애초에 무료 프로그램을 찾아 이것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기부를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보니 SimpleTax일 때는 기부를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Wealthsimple로 바뀐 이후에는 기부를 끊었다고 한다. 가만히 두어도 본인들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벌 테니 말이다. 

 

어쨌든 Wealthsimple Tax를 처음 사용해 본 소감은 다음과 같다. 세금 신고가 복잡할 것 없는 직장인들이라면 회계 사무소나 TurboTax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Wealthsimple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다. 

 

 

끝으로 한국의 연말 정산은 회계사를 만날 필요는커녕 세금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필요도 없이 정말 단순하고도 쉬운데 미국과 캐나다는 복잡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아무리 세금에 빠삭하다고 해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 않고는 세금 신고가 불가능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이 세금 신고를 한국처럼 단순하게 만들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 업체들과 TurboTax와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로비를 해서 단순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하나에 30~40불, 회계 사무소를 가면 못해도 40~50불은 할 테니 엄청 큰 비지니스이긴 하다. 미국 이야기이기 때문에 캐나다도 똑같은 상황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세금 신고하는 상황이 아주 비슷한 것을 보면 여기도 별 반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Planet Money Ep. 760 Tax Hero를 통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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