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이번 글에서 다룰 내용

Short-Term EA 지원 방법

 

Casual EA로 일을 하면 좋은 점은 자기가 일을 하고 싶은 날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이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부담감도 적다. 하지만 좋지 않은 점은 자기가 고른 날 일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 매번 새로운 학교에 가서 새로운 학생들과 스태프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많은 Casual EA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Permanent가 되기를 원한다. Permanent가 되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금, 보험 혜택까지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Permanent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다음으로 안정적인 Long-Term 자리를 받기 원한다.

 

하지만 Long-Term 자리 또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킹스턴의 Limestone District School Board(LDSB)에서는 Long-Term 자리는 별다른 선발 과정 없이 교육청에서 배정을 한다(타 교육청들은 다를 수 있음). 결국 내가 되고 싶다고 지원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잘한다고 교육청에서 Long-Term 자리를 주는 것도 아니다. 너무 베일에 가려져 있어 아직까지도 교육청에서 무슨 기준으로 Long-Term 자리를 배정해 주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자리는 Short-Term EA 자리이다. STEA(스티아)라고도 불리는 이 Short-Tem EA에 대해서는 캐나다(온타리오)의 EA(Educational Assistant) - (2) 고용 형태, 노조라는 글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을 하였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중복이 되는 내용이 있기는 하겠지만 다시 한번 Short-Term EA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난 이후 담임 선생님이 바뀌거나 학생들이 반을 옮기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본인의 학급과 담임 선생님이 확정된다. 학생들의 경우 등록을 했다가 나오지 않은 학생들도 있고,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학생들도 있고, 그냥 말없이 전학을 간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각 학급의 인원이 처음 예상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경우 교육청에서 갑자기 다른 학교로 보낼 수도 있고, 본인이 다른 학교에 지원해서 떠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새 학기가 시작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학생의 학급과 담임 선생님이 확정된다. 

(*) 이러한 경우는 주로 계약직 신분의 선생님이 Permanent 자리를 얻거나 더 나은 조건의 자리로 옮기는 경우임

 

EA 또한 마찬가지여서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 학교에 정확히 몇 명의 EA가 필요할지 알 수 없다. 물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필요한 수를 예상을 해서 EA를 배정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언제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한 명의 EA가 A라는 학생과 B라는 학생을 담당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학기가 시작되고 보니 처음 예상대로 한 명의 EA가 두 명을 동시에 돌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두 학생의 성향이 너무 다를 경우(예를 들어 A는 계속 도망 다니는데 B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 한 명의 EA가 둘을 동시에 돌보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생각보다 너무 수월해서 두 학생 말고도 추가로 다른 학생들을 더 돌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작년까지는 EA가 필요하지 않았던 학생이 EA가 필요해질 수도 있고, 새롭게 등록을 하거나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온 학생들 중에서 예상치 못하게 EA가 필요한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게 때문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각 학교별로 정확히 몇 명의 EA가 필요한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그 기간 동안(사실 학기 내내) 조금이라도 EA를 더 배정받기 위해서 각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은 물밑에서 교육청과 치열하게 밀당을 한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서 추가로 EA가 필요한 경우 이 자리는 주로 Short-Term EA로 채우게 된다. 어차피 학교별로 배정된 Permanent와 Long-Term 자리의 수는 크게 변동이 없기 때문에(*) Short-Term EA로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출산 휴가나 퇴직 등으로 Permanent 자리에 빈자리가 생겨도 바로바로 Permanent를 뽑지 않고 일단 Short-Term EA를 그 자리에 채운 후 나중에 그러한 자리들을 모아서 Permanent를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 비록 '자리의 수'는 크게 변동이 없다고는 하여도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Permanent들의 대이동이 발생한다. 이것은 나중에 Permanent를 이야기할 때 언급할 예정이다. 

 

 

와이프가 일하고 있는 LDSB에서는 기본적으로 6주 단위로 Short-Term EA 계약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내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놀랐던 것은 6주 단위로 계약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누구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교장 선생님이 구두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전부이다. 새롭게 채용을 할 때 '적어도 6주 동안 일을 할 텐데 그 이후에 자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정도만 이야기하고 끝난다. 나는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단체협약도 뒤져보았지만 Short-Term EA와 관련된 계약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 표준계약서 같은 것이 있기는 할 텐데... 

 

어쩌면 그냥 Casual EA로 채용될 때 서명한 계약서가 적용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기간은 그냥 관행적으로 6주라고 하고 한 번 배정하면 최소한 6주를 보장해 주는 식으로. 가끔 갑작스럽게 생긴 Short-Term EA 자리에 대해서 일주일 단위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이 편이 더 맞는 설명이 아닐까 싶다. 

 

뭐 계약 기간이야 어쨌든 Short-Term EA의 채용은 주로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이 담당한다. Permanent, Long-Term, Casual 등 모든 자리의 채용은 교육청의 HR이 진행하는데(물론 면접은 교장 선생님들이 참석) 오직 이 Short-Term EA만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이 알아서 채용을 한다.

 

Short-Term EA의 채용 과정은 대충 이렇다. 어느 학교에서 Short-Term EA를 뽑아야 할 경우 교장이 직접 내부 메일을 돌리거나 HR에서 내부 메일을 보내서 어느 학교에서 Short-Term EA를 뽑는다고 공고를 낸다. 타 교육청에서는 Short-Term EA 자리도 ApplytoEducation에 공고를 올리는지 모르겠지만 킹스턴의 LDSB에서는 주로 내부 메일로 공고를 띄운다. 

 

이 공고를 보고 관심이 있는 Casual EA들은 교장 선생님에게 직접 이력서를 보낸다. 이력서를 받은 교장 선생님은 이력서들을 읽어 보고 그중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채용한다. 이때 특별히 면접을 진행하지는 않고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어떤지 주변의 평판을 확인하는 정도이다. Short-Term EA 자리 자체가 쉽게 채용하고 쉽게 떠날 수 있는 자리이다 보니(그런 것을 보면 별도의 계약서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이력서만 보고 뽑았다가 금방 떠나버릴 수 있으니 레퍼런스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Short-Term EA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평소에 인맥을 넓히고 평판을 다져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Casual EA로 일하면서 이 학교 저 학교를 돌아다녀야 할 때 교장 선생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놓는다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와이프가 일하면서 지켜본 결과 평판이 좋지 않은 EA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이 조금 힘들다고 하루 이틀만 하고는 일을 나와버리지 않는 사람,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아이패드만 시키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뭐,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좋은 평판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Short-Term EA가 되면 더 이상 전화를 받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서 좋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가 학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앞서 말했듯 보통 6주 단위로 계약이 갱신(?) 되는데 드물기는 해도 종종 학교에 배정된 예산이 줄어들거나 교육청에서 이 학생은 더 이상 EA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자리가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보통 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장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슬프지만 이것이 인생이다. 이럴 때는 다시 Casual EA로 돌아가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Short-Term EA자리를 노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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