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어느덧 재봉틀을 산 지도 5개월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밑실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였지만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며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고 있다. 물론 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재봉틀로 이것저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에 비하면 아직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트램펄린도 고치고, 청바지도 수선하는 등 조금이나마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길 건너 사는 이웃은 나에게 간단한 수선을 부탁하기도 하였다. 

 

10월이 되면서 날씨가 점점 쌀쌀해져서 집에서 쉬는 날 나와 아이들의 여름옷들을 정리하고 겨울옷들을 꺼냈다. 오랜만에 긴팔 옷들을 꺼내 보니 해진 옷들이 조금씩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해진 옷들은 재활용 센터나 쓰레기통으로 갔겠지만 물론 이제는 그럴 수 없다. 나의 Singer Tradition 2282가 있다면 해진 옷도 문제없다.

 

 

처음 수선 대상은 딸아이 니트였다. 딸아이가 단추 구멍이 너무 벌어져서 단추가 자꾸 풀린다고 하기에 수선에 나섰다. 지그재그 패턴으로 폭은 3-4mm, Tension은 3 정도로 맞추어서 우선 단추 구멍의 끝을 재봉질했다. 그리고 구멍 주변을 강화하고자 재봉질하였다. 결과물은 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별로였다. 수선 후에도 예상보다 단추가 쉽게 빠졌다.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고 수선을 했어야 했나 싶다.

 

 

 

그다음은 내가 오랫동안 입어 온 셔츠였다. 첫째가 태어나기 직전에 놀러 갔던 괌에서 60불 정도를 주고 샀으니 10년이 다 되었다. 색깔과 패턴이 마음에 들어 꽤나 오래 입었던 옷이지만 너무 오래 입었는지 겨드랑이 부분이 찢어지고 말았다. 이대로 이별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이 들었으니 수선을 시도해 보았다. 내가 시도한 방법은 기본적으로 지난번 청바지를 수선했던 방법과 비슷하게 뒤에 천을 댄 후 밖에서 재봉질을 하는 것이었다.

 

구멍으로 나온 손가락이 서글프다. Heat-n-bond를 이용해서 안쪽에 천을 붙였다.

 

 

셔츠 줄무늬 색깔이 짙은 파란색이었기 때문에 색깔을 맞추고자 나도 짙은 파란색의 실로 재봉질을 했다.

 

그래서 완전히 망했다.

 

짙은 색으로 재봉질을 했더니 너무 티가 나는 것이었다. 차라리 흰색이나 하늘색 실을 썼어야 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 셔츠의 희생이 좋은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팔을 들지 않으면 흉측한 재봉선이 보이지 않으니 일단은 겨드랑이를 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나 니트를 입을 때 속에 받혀 때는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망했다.

 

 

이것이 지난주의 일로 두 옷 모두 성공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슬펐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조금 더 주의 깊게 수선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정된 것은 막내의 옷이다. 

 

 

최근 막내가 새세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쿠키 몬스터에 빠져서 '쿠키, 쿠키'하면서 매일같이 쿠키 몬스터 옷만 입고 있다. 그런데 이 옷 또한 내 셔츠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 집 막내가 물려받기 전에 이미 4명의 아이가 입었던 옷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지지 않았던 것이 놀라운 일일 정도이다. 옷에 달린 태그가 잘라져 있어서 메이커가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정말 훌륭한 재질의 옷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지난주 수선을 하다 보니 재봉틀에 기본으로 들어있던 90/14 바늘도 약간 두꺼운 것 같았다. 90/14 바늘로 셔츠를 재봉질하다 보니 바늘 자국이 너무 크게 생겼다. 조금 더 가는 바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지난주 아마존에서 이것저것 세일을 한다는 Prime Day 때 뜬금없이 내가 사고자 했던 바늘을 20% 정도 싸게 팔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재봉 가위도 30% 정도 할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웬만하면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결국 주문을 하고 말았다. 

 

 

재봉틀 매뉴얼에 나와있는 바늘 사이즈 안내 표. 확실히 얇은 셔츠는 70/9나 80/11 정도가 적당한 듯 하다.

 

재봉틀의 바늘 교체는 쉽다. 그저 나사를 풀고 방향을 맞추어 새로운 바늘을 껴넣으면 된다.

 

8" Gingher 재봉 가위.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에서 추천한 가위였다. 정말 놀랍도록 천이 잘 잘린다. 살까말까 고민했지만 잘 산 듯 하다.

 

 

다시 막내의 쿠키 몬스터 셔츠로 돌아가 보자. 이번에도 별로 다를 것 없이 구멍이 난 부분 안쪽에 천을 대고 지그재그 패턴으로 재봉질을 했다. 이번에 사용한 바늘은 80/11이고 Tension은 평소보다 조금 낮추어서 2.5 정도, Width는 5mm, Length는 1mm로 설정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내 옷과 똑같은 부분에 똑같은 방식으로 구멍이 난 나의 (한국에서는 맨투맨 티셔츠라고 부르는) 스웨터를 수선하였다. 막내 옷보다는 두께가 두껍지만 동일한 바늘, Tension, Width을 사용하였다. Tension만 3 정도로 설정하였다.

 

 

두 옷의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지난주와 달리 꽤나 성공적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쿠기 몬스터 셔츠는 여섯 번째 사람을 찾아서 물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주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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